신명기는 모세가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주셨던 여러 가지 명령들을 재강조함으로 이스라엘로 하여금 하나님을 향한 경건한 신앙심을 굳건하게 하고자 쓰여진 책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신명기에는 많은 율법들과 교훈들만이 나열되어 있을 뿐 어떠한 사건들의 기록이 아니며 그러한 점에서 신명기는 레위기와 많은 유사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신명기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먼저 레위기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전제로 하며 민수기의 광야 여정에 대한 분명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 위에 신명기와 레위기의 차이점, 혹은 레위기나 민수기의 보완점을 살펴보고 신명기가 오늘의 우리에게 주는 영적 교훈이 무엇인가를 고찰해 보아야 한다. 하지만 본 서론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일일이 다룰 수 없는 한계 때문에 이중에서 율법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십계명과, 신명기의 학적 논쟁의 열쇠인 ‘모세 저작설’, 그리고 신명기의 역사적 배경 등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겠다.
신명기의 역사적 배경
I. 명칭
신명기의 히브리 명칭 역시 각 책의 첫 구절을 본떠 그 책의 이름으로 삼는 히브리인의 관습이 그대로 적용되어 ‘엘레 하떼바림’이라 명명되었는데 그 의미는 ‘이것들이 말씀들이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70인역'(LXX)에서는 이 명칭을 따르지 않고 ‘두 번째 율법’, ‘율법의 재 강조’라는 의미의 ‘듀테로노미온'(deuvteronomi;on)이라 칭하였는데, 그것은 본문의 율법들이 전에 시내산에서 주어진 첫 번째 율법의 반복, 또는 재강조라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이 명칭은 ‘불가타역'(Vulgata)에서 그대로 본떠 ‘듀테로노미움'(Deuteronomium)이라 불렀고, 영어 성경도 70인역을 따라 ‘듀트로노미'(Deutronomy)라 불렀으며, 한글 개역 성경 역시 이러한 의미를 따라 ‘신명기’라 부르게 되었다.
한편 혹자는 이러한 70인역과 라틴역, 그리고 영어 성경과 한글 개역 성경의 명칭이 신 17:18절의 ‘이 율법을 등사하여’라는 말씀을 오역한 것으로 설명하지만 이러한 견해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견해이다. 왜냐하면 분명 신명기의 율법이 레위기의 율법과 똑같은 것이 아니며 신명기가 ‘레위기의 후편이나 부록’은 아니라 할지라도 40년 동안의 광야 생활로 인해 시내산에서 주어진 첫 번째 율법의 수령자들이 거의 죽은 이때에 다시금 그들에게 하나님을 향한 경외심과 거룩한 생활의 준수를 강조하는 율법의 재강조가 필수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II. 저자
신명기의 저자는 이스라엘의 위대한 지도자인 ‘모세’이다. 이에 대한 증거는 신명기 자체의 증거와(참조, 신 1:1, 4:44, 29:1, 31:9, 24) 신약의 증거(참조, 행 3:22; 롬 10:19; 고전 9:9) 예수님의 증거(참조, 막 7:10; 눅 20:28) 등의 성경적 증거와 그 외의 많은 고고학적 자료들에 의해 증거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의 많은 이성적 비평가들은 신명기의 저자가 모세가 아닌 후대의 저작, 또는 후대의 편집이라 주장하여 성경의 증거에 도전하였는데 이러한 견해에 대한 논쟁은 곧이어 다루게 될 신명기의 모세 저작설 부분에서 자세히 거론하기로 하겠다.
III. 수신자
신명기를 기록할 당시의 이스라엘은 가나안 국경에 도달한 상태였다. 이때는 이스라엘이 기쁨과 소망 가운데 출애굽한 지 40년이 지난 후였으며 따라서 가나안 지경에 도착했을 때의 이스라엘은 애굽에서 열 재앙으로 역사하신 하나님의 능력과, 홍해를 가르신 하나님의 능력을 체험하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시내산에서 최초의 율법이 주어질 때에도 그 언약에 참여하지 못한 어린 나이였거나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새로운 세대가 그들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었다.
따라서 가나안 땅으로의 입성을 앞둔 그들에게 그들의 조상의 하나님이신 여호와 하나님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이스라엘과 하나님과의 관계, 그리고 이스라엘을 보호하시며 그들에게 순종을 요구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새로운 각성이 요구되었으며 그들을 깨우칠 율법의 재 반복이 필요했던 것이다. 신명기는 바로 이러한 역사적 배경 하에서 기록된 것이며, 이러한 이유에서 신명기의 대상자, 또는 수신자는 애굽에서 나온 이스라엘이 아닌 광야에서 태어나고 광야에서 자라나 장차 약속의 땅 가나안을 유업으로 얻게 될 ‘새로운 세대’였다.
IV. 기록 목적과 연대
1. 기록 목적
신명기의 기록 목적은 광야에서 출생하고 자라난 ‘제2세대’, 또는 ‘새로운 세대’를 재교육하기 위한 것인데, 이러한 목적을 세밀하게 분류하면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① 역사적인 목적-신명기의 역사적인 목적은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능력으로 애굽에서 나온 후부터 모압 평지에 이르기까지의 40년 광야 여정을 돌이켜 회고함으로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에 체결된 약속의 땅에 관한 언약이 어떻게 갱신되는가를 보이고자 함이었다. ② 교리적인 목적-신명기는 이전에 이스라엘에게 주어졌던 율법과 규례에 대한 재해석과 재강조이다.
이러한 재강조 속에는 이스라엘이 약속의 땅에서의 승리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 제시되고 있는데 그 방법은 바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다. 이러한 목적에서 신명기에는 ‘하나님의 말씀을 기억할 것’과 그의 ‘말씀에 복종할 것’을 수차례 강조하였던 것이다. ③ 기독론적 목적-신명기의 기독론적 목적은 신명기에 기록된 여러 가지 말씀들을 통해 그리스도와 그의 말씀, 그리고 믿는 자의 구원에 대한 예표를 보여 준다는 것이다. 이렇듯 많은 그리스도의 예표들 중에서 그 절정을 이루는 말씀은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 중 네 형제 중에서 나와 같은 선지자 하나를 너를 위해 일으키시리니 너희는 그를 들을지니라’라는 그리스도의 탄생과 그 사역, 그리고 그에 대한 순종을 요구하는 신 18:15절 말씀이다.
2. 기록 연대
신명기는 40년 광야 생활의 끝 부분, 즉 이스라엘이 출애굽한 후 광야에서의 40년 방랑 생활을 마치고 모압 평지에 이르렀을 때에 기록되었다. 따라서 출애굽의 연대를 B.C. 1445년으로 생각할 때 신명기의 기록 연대는 B.C. 1405년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로는 그들의 최초로 받았던 시내산에서의 율법이 40년이 지난 가나안 땅으로의 입성 직전인 지금 다시 한 번 재 반복해야만 한다는 역사적인 상황과, ‘모세가 이 율법의 말씀을 다 책에 써서 마친 후에’라는 31:24절의 말씀에 의해 증거된다.
V. 신명기의 특징과 구조
1. 특징
신명기의 특징은 레위기와 민수기에서 언급된 율법의 재 반복 또는 재 강조이다. 그러나 신명기의 재 강조는 단순히 레위기나 민수기의 율법과 사건을 복사한 것이 아니라 레위기에 기록된 율법의 재해석과 민수기에 기록된 사건에 대한 좀더 자세한 설명으로 앞의 기록에 대한 보충 자료, 또는 증거가 되는데 이 점이 바로 신명기가 다른 성경과 구별되는 독특한 특징이다.
예를 들면 민수기에서 모세를 돕도록 장로들이 임명되었다는 단순한 기록을(참조, 민 11:16, 24, 25) 신 1:16, 17절에서는 모세가 이들에게 준 교훈이 보충 첨가되었으며, 민수기에 기록된 ‘가데스 바네아’에서의 정탐 기록에 대해 신 1:19-23절에서는 정탐을 요구한 것이 백성들이었다고 좀 더 분명한 상황 설명을 하였고, 민수기에서는 단순히 모세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는 것이 금지되었다는 사실만이 기록되었으나(참조, 민 27:12-14) 신 3:23-26절에는 그 사건에 관련된 대화의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이처럼 신명기의 특징은 레위기와 민수기 내용의 재강조이지만 그것은 그 앞의 사건에 대한 좀더 정확한 상황 설명과 좀더 분명한 해설을 제공하는 오경의 결론이라는 점이다.
2. 구조
신명기의 구조는 크게 네 부분으로 분류될 수 있다. 첫째는 이스라엘의 40년 광야 생활에 대한 회상과(1-4장), 둘째는 이스라엘이 받은 현재의 계명에 대한 재 강조(5-26장), 셋째는 미래를 좌우할 선택(27-30장), 그리고 넷째는 모세의 유언과 죽음이다(31-34장). 이러한 구조를 도표로 그려 보면 다음과 같다(참조, 신명기 도표1).
VI. 신명기와 레위기와의 관계
신명기에 대한 가장 커다란 오해 중의 하나는 신명기가 ‘레위기의 부록’, 또는 ‘복사판’이라는 오해이다. 이러한 오해는 신명기와 레위기의 유사점 때문에 비롯되었는데 그 대표적인 유사점은 다음의 두 가지이다. 첫째, 레위기의 내용이 많은 율례와 규례들로 이루어졌을 뿐 사건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는데, 신명기 역시 레위기처럼 대부분 하나님을 섬기는 올바른 방법과 거룩한 백성이 지켜야 할 율례에 대한 기록으로 일관되어 있다는 점이며, 둘째는 신명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많은 율법들이 대부분 레위기와 비슷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레위기와 신명기에 이러한 유사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둘에는 전혀 다른 상이점도 존재하는데 주된 차이점은 다음의 세 가지이다. 첫째는 기록 장소의 차이이다. 레위기는 이스라엘이 시내산에 거하고 있을 때 주어진 것이고, 신명기는 그들이 가나안 땅을 바라보며 진 치고 있는 모압 평지에서 주어졌는데, 시내산은 시내 반도의 최남단에 위치한 곳이요, 모압 평지는 사해 위쪽의 요단 강 건너편의 가나안 땅 맞은편으로서 그 기록 위치의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둘째는 이스라엘의 방랑 생활의 차이이다. 즉 레위기는 이스라엘의 방랑 생활이 시작된 것에 대한 예견이지만, 신명기는 광야에서의 방랑 생활을 종지부 찍고 가나안 땅으로의 입성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는 레위기가 주로 제사장이나 레위인 같은 성직자의 규례와 그들이 행해야 할 법도를 가르치고 있는 반면 신명기는 성직자보다도 일반인에 그 초점을 맞추어서 일반인이 지켜야 할 법도와 거룩한 생활을 가르치기 위하여 주어진 것이라는 데서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러므로 비록 신명기가 레위기와 비슷한 내용과 비슷한 구조로 기록되었다 할지라도 ‘레위기의 부록이나 후편’이 아닌 이스라엘의 미래를 축복과 승리의 삶으로 이끌어가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으로서 레위기와는 엄격하게 구별된 독립된 정경이요 오경의 결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