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34장은 야곱이 세겜에서 살 때 세겜 성읍의 성주 하몰의 아들인 세겜이 야곱의 딸인 디나를 추행했다. 이것 때문에 레위와 시므온이 세겜 성읍에 들어가서 사람들을 모두 죽였다. 야곱이 벧엘로 올라가지 않고 세겜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 하나님이 가라고 지시한 곳으로 갈 때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야곱은 이 사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벧엘로 올라가야 했다.
I. 능욕을 당한 디나 34:1-5
야곱의 외동딸인 디나가 심한 봉변을 당한 때는 열 다섯, 혹은 열 여섯 살의 나이에 불과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다음의 사실들을 주목해 보아야 한다.
(1) 그녀는 헛된 호기심을 가졌었다. 그녀는 ‘보러’간 것만이 아니라 자신을 ‘보이러’간 것이기도 했다. 즉 그녀는 그 땅 여자를 보러 나갔지만 그 땅의 남자들을 보려고 생각도 함께 가지고 나갔을 것이다. 또한 그녀는 그 가나안 사람들과 사귀며 그들의 생활 방식을 배우러 나갔을 것이다.
(2) 이로 인하여 그녀는 존귀함을 잃었다(2절). 디나는 자기 주변에 있는 것들을 둘러보려고 집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만일 그녀가 마땅히 보아야 할 것만 보았다면 그녀는 이와 같은 함정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3) 세겜은 그녀를 더럽히고 나서 그녀에게 구애를 했다.
(4) 야곱에게 이 엄청난 소식이 전달되었을 때(5절) 이 선한 사람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만큼 놀라서 오직 ‘잠적하였다.’ 그는 자기의 아들들에게 많은 권한을 위임하였기 때문에(아마도 그는 권한을 너무 많이 위임하였을 것이다). 그들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가정에서 부모의 권위가 실추되면 순탄치 않게 되는 것이다.
Ⅱ. 디나의 혼담 34:6-17
디나가 더럽혀졌다는 소식을 들은 야곱의 아들들은 몹시 분개했는데 이는 아마도 정조 관념 때 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가족의 명예가 더럽혀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죄로 인한 수치스러움에는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죄 그 자체에 대해서는 결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것은 “이스라엘의 어리석음”(한글 개역에는 ‘이스라엘에게 부끄러운 일’로 나와 있다-역주)으로 표현되어 있다(7절). 그것은 다음과 같은 왜냐하면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와 양심의 평화를 상실케 되며 경건하고 존귀한 모든 영혼을 천하고 야비한 정욕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①부정은 어리석은 행위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와 양심의 평화를 상실케 하며 경건하고 존귀한 모든 영혼을 천하고 야비한 정욕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②이러한 어리석음은 이스라엘, 곧 하나님을 알고 그에게 경배를 드리는 이스라엘 가정에게 가장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하몰은 야곱과 직접 이 일을 타결하기 위해 왔지만 야곱은 그를 자기 아들들에게 보냈다. 여기에서 하몰은 혼담을 위해 아주 구체적인 설명을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가나안 사람들은 이스라엘 사람들보다 더 정직한 사람들이었다.
(1) 하몰과 세겜은 혼인식을 올려 서로 통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혼인을 성사시킬 것을 정중하게 제의했다. 하몰의 아들 세겜은 디나를 몹시 사랑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했다(11,12절). 그의 아버지도 그의 뜻에 동의할 뿐 아니라 그를 위해 간청해 주었다. 그리고 그는 가족이 서로 합칠 경우 서로에게 큰 유익이 된다는 것을 진지하게 주장했다(9,10절).
(2) 야곱의 아들들은 실상은 조금도 바라지 않으면서 종교적인 합일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곱의 아들들은 오로지 복수할 것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즉 그들이 세겜 사람들에게 할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그들을 거룩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다 쉽게 처치하기 위해서 미리 고통을 주려는 것이었다. ①야곱의 아들들의 주장은 그럴 듯하게 들렸다. ②나중에 드러나듯이 그들은 매우 악한 의도를 품고 있었다. 목적은 오로지 그들을 한꺼번에 살해하기 위하여 준비하는 것이었다. 신앙은 이처럼 악의 도구로 쓰일 때 가장 큰 손상을 입게 되며 하나님의 거룩한 성례들 역시 악한 음모를 위해 쓰일 때 가장 더럽혀지는 것이다.
Ⅲ. 할례를 받는 세겜 사람들 34:18-24
(1) 하몰과 세겜은 할례받는 일에 동의했다(18,19절). 그들이 할례를 받기로 동의한 이유는 아브라함의 가족 중에서 이 할례의 표시가 그들이 잘 알지 못하는 어떤 거룩하고 존귀한 의미를 지녔음을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종교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은 종교적인 사람들과 함께 지냄으로써 그 종교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는 법이다.
(2) 하몰과 세겜은 그들이 거주하던 땅의 주민들로부터 할례 받을 것에 대한 동의를 얻었다. 그것은 야곱의 아들들이 부지런하여 번영을 누리고 있었고 또 자기들과 동맹을 맺으면 자신들 뿐 아니라 이웃들도 유익이 되리라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었다. 즉 그들과 동맹을 맺게 되면 토지 개량과 교역 증진이 이루어져 그 땅 백성들이 부유케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이유 때문에 결혼을 한다는 것은 큰 잘못이다. 또한 이런 이유 때문에 할례를 받는다는 것은 더 큰 잘못이다. 세상에는 종교적인 원칙보다 세속적인 이해 관계에 더 매여서 신앙을 택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Ⅳ. 야곱의 아들들이 행한 복수 34:25-31
야곱의 아들들 가운데 스무 살 가량의 젊은 두 아들 시므온과 레위는 세겜 사람들의 목을 벰으로써 선한 아버지의 마음에 상처를 주었다.
1. 세겜 사람들에 대한 야만적인 살육(25-29)
(1) 이스라엘의 두 아들은 세겜의 ‘모든 남자를’ 죽였으며 특히 죽일 계획을 품었으면서도 평소에 우호적인 태도로 대했던 하몰과 세겜도 죽였다. 참된 종교는 우리를 더 없이 안전하게 해주지만 꾸며 댄 종교는 우리를 그지없이 위험에 빠뜨린다. 그러나 시므온과 레위는 매우 불의한 사람이었다. ①사실상 세겜은 디나의 몸을 더럽힘으로써 ‘이스라엘에게 부끄러운 일 곧 행치 못할 일을 행하였다.’ 그러나 디나 자신이 그 사건을 얼마나 방조했는지에 대해서도 고려되었어야 했다. ②세겜이 악을 행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후에 상황이 허락하는 대로 보상을 하려고 노력했던, 정직하고 존귀한 인물이었다. ③세겜이 악을 행했던 것은 사실이었으나 세겜 사람들을 모두 살육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의인이 악인과 함께 죽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④그러나 그들의 잔혹성을 더욱 가중시킨 것은 무엇보다도 내면에 딴 마음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 세겜성을 엄습하여 온 성을 약탈하였다. 세겜 사람들은 ‘그들의 생축과 재산과 그 모든 짐승이 우리의 소유가 되지 않겠느냐'(23절) 고 한 세겜의 말에 동의하여 할례를 받음으로써 기꺼이 야곱의 아들들을 만족시키고자 했다. 그 결과는 어떠한가? 그들은 할례를 받음으로 야곱의 재산을 차지하려 했지만 그들의 재산마저 야곱의 식구들에게 빼앗겻다.
2. 시므온과 레위의 살육에 대한 야곱의 분개(30,31)
야곱이 자식들의 행위에 대해 심히 분개했던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1) 그들이 한 행위로 인해 야곱에게 비난이 돌아오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들이 우리와 우리 종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2) 이 행위로 말미암아 야곱의 멸망이 초래될 지도 몰랐다. 수적으로 우세한 가나안 사람들이 야곱을 치기 위하여 연합하면 그와 그의 적은 가족은 그들에게 쉽사리 희생될 것이 분명했다. 그러므로 집안에 죄가 있을 때 멸망이 문턱에 다가 왔음을 두려워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혹자는 야곱의 이 말이 그들로 하여금 후회하게 했으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나 그들은 후회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들의 입장을 정당화시키며 다음과 같은 무례한 대꾸를 한다. 그가 우리 누이를 창녀같이 대우 함이 가하니이까(31절).